넷플릭스 코미디 임신입니다만? (Kinda Pregnant)은 타일러 스핀델 감독이 연출하고 에이미 슈머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슈머는 40대 교사 ‘레이니 뉴튼’ 역을 맡아 젊은 동료 교사 셜리(리즈 브로드웨이)에게서 세대 차별을 당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셜리는 라이브 방송을 끊임없이 켜고 휴대폰을 비즈 스트랩에 걸고 다니는 전형적인 Z세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관객이 셜리를 싫어하게끔 유도하지만, 정작 영화 속 레이니는 미성숙하고, 질투심에 휘둘리며, 얄팍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마치 슈머가 트레인렉(Trainwreck)이나 아이 필 프리티(I Feel Pretty)에서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짜 임신”이라는 설정, 그리고 반복되는 이야기
영화의 핵심 갈등은 레이니의 임신 콤플렉스에서 비롯된다. 절친이자 동료 교사 케이트(질리언 벨)는 남편 마크(조엘 데이빗 무어)와 첫 아이를 가졌다고 발표하고, 심지어 젊은 셜리마저 임신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반면 레이니는 아직 제자리걸음 중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임산부용 옷가게에서 가짜 임신용 배를 착용해 보게 되고, 이를 진짜 임신으로 오해한 점원이 그녀를 극진히 대한다. 그렇게 레이니는 ‘임신이라는 사회적 특권’을 경험하게 되며, 이 거짓말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그녀는 두 가지 삶을 동시에 살게 된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무책임하고 미성숙한 삶을 유지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친구 메건(브라이언 호위)과 함께 ‘쿨한 예비 엄마들’ 무리에 섞인다. 메건의 오빠이자 레이니의 새로운 관심 대상인 조쉬(윌 포르테)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공식으로 흘러간다. 문제는 이 모든 전개가 너무 익숙하다는 점이다. 에이미 슈머가 연기하는 자기혐오적인 캐릭터, 자기 자신과 주변을 싫어하는 태도,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억지로 성장하는 전개는 이제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웃음보다 지루함이 먼저 찾아오는 코미디
영화는 코미디 장르지만, 실제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남성 조연 배우인 윌 포르테와 크리스 기어, 그리고 학교 상담사 역을 맡은 우르질라 칼슨이 그나마 몇몇 장면에서 웃음을 준다. 그러나 정작 질리언 벨조차 영화에서 돋보일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한다. 이 영화는 결국 슈머의 원맨쇼로 기획된 듯하지만, 그녀의 기존 캐릭터와 차별화되지 않기에 진부하게 느껴진다.
코미디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영화가 너무 자주 ‘캐릭터의 반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레이니는 반복적으로 사과하는 장면을 세 번이나 갖는다. 슈머가 드라마 연기를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감정을 강조하는 장면이 오히려 전체적인 유머를 방해한다.
유일하게 빛났던 순간
영화 후반부, 레이니의 전 남자친구 데이브(데이먼 웨이언스 주니어)와의 저녁 식사 장면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신선한 순간이었다. 레이니는 마지막으로 가짜 배를 착용한 채 데이브에게 자신이 그의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을 한다. 심지어 세 쌍둥이라고 속이면서 데이브를 혼란에 빠뜨린다. 데이브는 패닉 상태에서 몸무게를 실어 스쿼트를 반복하며 “내 인생 끝났다!“라고 외치고, 레이니는 이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 장면은 과장된 설정 속에서도 두 사람이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만드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다만, 이처럼 신선한 유머는 영화 전체에서 너무 드물게 등장한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결론
*임신입니다만?*은 애초에 코미디로 기획되었지만, 그 웃음은 기대 이하이다. 영화의 핵심 설정인 ‘가짜 임신’이라는 소재는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었으나, 이를 둘러싼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가 너무 익숙하고 진부하다. 슈머의 반복되는 캐릭터와 서사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신선하지 않으며, 코미디 장면은 대부분 힘을 잃고 만다. 기존 슈머 영화의 팬이라면 그나마 볼 만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플] Inside Out 스핀오프: Dream Productions 강력 추천!! 에피소드별 스토리 및 평점 (2) | 2024.12.14 |
---|---|
[역사] 장태완 장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킨 용기와 비극 - 서울의 봄 정우성 역 실존 인물 (2) | 2024.12.12 |
[넷플/영화] Ready or Not 리뷰: 유쾌하고 짜릿한 공포 스릴러 - 마지막 대사 해석 (2) | 2024.12.09 |
[넷플/영화] 페어 플레이(Fair Play): 사랑과 권력의 위험한 경계 (3) | 2024.12.08 |
[넷플/영화] 그해 크리스마스에는 리뷰 - 원작 소개, 줄거리 및 출연진 (5) | 2024.12.07 |
댓글